작성일 : 2023-05-17 18:16 수정일 : 2023-05-17 18:29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 |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는 가운데 고려대 안암병원 간호사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제의요구(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의료계의 갈등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간호법 제정이 의료계 갈등을 확산시키고 직역 간 신뢰와 협업을 깨뜨려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간호법 거부권 행사가 과연 의료계 갈등을 봉합할지는 의문이다. 당장 대한간호협회가 이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단체행동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여전히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의 자격, 업무 범위, 책무,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법으로,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떼어낸 독자적인 법이다. 간호법은 고령화와 감염병 상황 등에 치료 중심의 현 의료체계에서 나아가 관리 중심의 간호체계가 필요하다는 간호계 측의 주장에 따라 추진됐다.
간호사의 처우 개선 문제는 간호계가 1970년부터 주장해온 문제였다. 2005년 당시 김선미 열린우리당 의원이 간호법을 대표발의했으나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발의와 폐기를 거듭하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간호법을 발의했다. 이에 대선 중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간호법 제정을 약속하면서 간호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연숙·서정숙 국민의힘 의원과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화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간호법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이 과반수 출석한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간호법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 ▲ ‘지역사회 간호’ 규정이 간호사의 단독개원 가능성을 시사하는지와 ▲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문제 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주요 쟁점을 잘 둘러보면 분쟁의 여지가 그리 크지 않다.
우선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 등이 참여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의료기관 외에 ‘지역사회’에서 간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간호사가 단독 개원할 여지를 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연대의 주장이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료법 33조가 간호사의 단독개원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간호법 제정안의 10조 2항 역시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의 보조’로 국한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하기는 어렵다.
또 간호조무사 측은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에 대한 학력 상한을 둬 직업 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특성화고의 간호 관련 학과 졸업한 사람’, ‘고등학교 졸업자로 간호조무사양성소 교육을 이수한 사람’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조무사 측은 이 규정이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고졸 이하로 낮추는 ‘한국판 카스트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법안의 관련 규정은 의료법의 관련 규정을 그대로 따온 것이기 때문에 간호법의 탓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실 간호사의 처우 개선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일이다. 수십 년째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곧장 간호인력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 간호법을 둘러싼 직역 간 다툼은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의료공백이 없도록 해야 하지만 아직도 정치권이나 각 직역 단체, 정부는 갈등 해소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서로 반목하고 있을 뿐이다.
의료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이제라도 정부, 여야, 의료보건 관련자 모두가 함께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 저작권자 © 퍼스널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