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9-01 17:55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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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사진=연합뉴스] |
끝내 국방부가 육국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이전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홍 장군의 유해가 우리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봉환된 일이 불과 2년 전이다.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학계에서 홍범도 장군의 재평가가 진행돼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흉상을 이전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흉상 이전은 뚜렷한 재평가나 학계의 의견 반영도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됐다.
국방부는 입장 자료에서 홍 장군이 “자유시 참변 발생 후 이르쿠츠크로 이동하여 소련 적군 제5군단 소속 ‘조선여단’ 제1대대장으로 임명 등의 역사적 사실이 있다”며 “이로 인해 1921년 6월 러시아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에 있던 독립군을 몰살시켰던 자유시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의 빨치산 증명서에는 활동기간이 1919~1922년으로 기록되어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에도 빨치산으로서 참가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흉상 이전의 또 다른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국방부 입장 자료에와는 달리 홍 장군은 독립군을 자유시 참변에 가담했다는 기록 자체가 없고 사후 정리 과정에서 가입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성 주장만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의견은 주류 학계에서 나오는 의혹도 아니다. 일부 극우 커뮤니티와 매체에서나 주장할 법한 사장된 ‘괴담’일 뿐이다.
자유시 참변은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고려혁명군)과 상하이파 고려공산당(대한의용군)의 파벌 싸움이 번진 것으로 홍 장준이 여기에 간여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당시 홍 장군을 비롯한 간도 독립군은 러시아 공산당에 몸을 기탁한 입장으로 결정에 반발할 이유도 없고 무장해제 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거나 진압 과정에 동원된 일도 없었다.
홍 장군이 대한의용군에 대한 자유시 참변 재판에 위원으로 활동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르쿠츠크파는 자유시 참변을 신속하게 수습하기 위해 명망 높은 항일의병장이었던 홍 장군을 재판위원으로 삼은 것이다.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된 재판에서 홍 장군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더욱이 홍 장군이 재판위원으로 참석한 이유마저도 재판에 회부된 독립군 부대원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후 진상규명 과정에서 슈마츠키가 중앙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실이 드러나자 홍 장군을 비롯한 간도 독립군 추신 인사들은 소비에트 혁명군 군정위원회, 러시아 중앙총회 검사부 당국자, 코민테른 집행부 등에 슈마츠키와 이르쿠츠크파 등 자유시 사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두 차례 제출했다.
국방부는 홍 장군이 소련 정부에게 연금을 받기 위해 이력서를 작성했는데 그 내용에 자유시 참변 내용을 직접 기술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농사꾼 출신의 홍 장군은 긴 문장을 쓸 수 있는 문장 구사 능력은 없었다. 해당 서류에는 ‘고려독립 의병대 38년, 28년’ 정도의 짧은 문장만을 적었다.
빨치산 의혹은 더 어이가 없다. 홍 장군이 활동했을 시기의 빨치산은 의병 활동을 했다는 의미로, 비정규군을 뜻하는 ‘파르티잔’(partisan)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빨치산을 6·25 전후의 빨치산과 뒤섞은 개념처럼 받아들이고 문제시하는 것은 인문학적 소양의 부족으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심지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군 내부적으로 판단해 결론내려질 수 있으면 굳이 외부 학계와 협의는 필요 없을 것 같다”며 “군 내에도 역사나 전쟁사를 연구하는 교수와 학자, 연구기관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학계의 정설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근거마저 빈약하다.
홍 장군에게 공산당 딱지를 붙여 흉상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원색적인 프로파간다로만 볼 수밖에 없다. 국방부가 홍 장군 흉상을 옮기면서 강조한 ‘확실한 주적관’이란 북한을 두고 한 말이겠지만 홍 장군이 북한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현대에 와서 이런 메카시즘이 과연 통할지부터가 의문이다. ‘빨갱이 몰이’로 반사이익을 얻어도 이것이 과연 지속가능한가. 민중의 공포심을 파고든 메카시즘의 후과는 결국 몰락일 뿐이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홍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얘기한 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자고 하진 않겠다. 다만 문제를 제기하고 한번 어떤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구체적인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을 필두로 한 당정이 공산 세력과 반일 선동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홍 장군의 흉상 이전이 끝이 아니다. 윤 대통령과 당정은 여전히 공산 세력과 반일 선동 타령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념전쟁은 반이성적이며 경직된 숙청 국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역사마저 이념 갈등에 끌려오는 모습은 기괴할 정도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위인을 이렇게 내치면 앞으로 누가 나라를 위해 싸우겠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게 군인의 본분이라는 우리 국군의 표어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의 정신에 걸맞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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