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 전망치 153.0%→81.1%"…정책판단 영역서 정권 바뀔 때마다 '논란'
작성일 : 2024-06-04 18:56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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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건물 [사진=연합뉴스] |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하라고 지시, 관철했다고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이 4일 발표한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홍 전 부총리는 2020년 7월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을 때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앞서 기재부는 2020년 7월 대략적인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가늠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최소 111.6%, 최대 168.2%로 산출했다.
홍 전 부총리는 같은 달 청와대 정례 보고에서 이런 내용을 토대로 "2015년 전망에서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62.4% 수준으로 전망했으나 5년 뒤인 2020년 현재 전망에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는다고 지적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홍 전 부총리는 100%가 넘는 국가채무비율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국가채무비율 급증에 대한 비판을 우려,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낮추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은 이를 위해 홍 부총리가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연동'한다는 핵심 전제를 '총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의 100%로 연동'하는 것으로 바꾸라는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고 봤다.
또 장기재정전망협의회 간사였던 기재부 A 국장은 같은 해 8월 '두 자릿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협의회 심의·조정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전망 전제와 방법을 임의로 변경했다. A 국장은 반론이나 우려 제기 없이 2060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81.1% 안'을 부총리에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나온 전망 결과는 같은 해 9월 최종 발표되고 국회에 제출됐다.
감사원은 홍 전 부총리의 비위 행위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관련 인사 자료가 공직 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인사혁신처에 알리도록 기재부에 통보했다. 또 A 국장에 대해서는 기재부에 주의를 요구했다.
다만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축소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장기재정전망 추계에서도 과소 추계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처럼 5년 단위 장기재정전망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장기재정전망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감사원이 문제로 삼은 것은 재량지출의 추계 방식이다.
총지출은 보훈, 복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교부, 국채 이자 지급 등 법적 지급의무가 명시된 '의무지출'과 정부 필요 정책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로 구분한다. 의무지출 규모는 인구구조와 경제성장 속도 등에 따라 결정되고, 재량지출 규모는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기존에는 경상성장률(성장률+물가)만큼 재량지출이 늘어난다는 전제에서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의무지출까지 아우르는 총지출을 경상성장률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채무비율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의무지출은 저출산·고령화로 급증하는데 재량지출의 상위 개념인 총지출을 경상성장률에 연동시키면 재량지출이 늘어날 여지가 국가채무비율은 낮아진다. 반대로 감사원의 주장대로 재량지출을 경상성장률에 연동시키면 국가채무비율은 과다추계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올해 총지출 증가율은 2.8%로 한국은행의 경상성장률 전망치 5.1%(성장 2.5%·물가 2.6%)에 크게 못 미친다. 내년 예산안에서도 재량지출 증가율은 사실상 '0'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재량지출이 해마다 5.0%가량 늘어난다고 가정하는 건 오히려 채무비율을 비현실적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장기재정전망은 거시변수 가정에 따라 결과가 수십 퍼센트(%)씩 차이나 나기 때문에 시각에 따라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감사원 발표에 따라 현 재정당국도 추계 방식을 두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에 3차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아야 하는데 감사원 지적대로 이전 추계 방식으로 되돌리면 국가채부비율은 치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건전재정을 내세우는 현 정부로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장기재정전망은 가정에 따라 많이 달라지게 된다"며 "내년 전망과 관련해선 결정된 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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