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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실트론 사익 편취' SK·최태원에 과징금 16억

"SK, 최 회장의 인수 의사에 합리적 검토 없이 입찰 포기“

작성일 : 2021-12-22 18:23 수정일 : 2022-01-05 17:05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해 'SK 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 회의가 열리는 심판정으로 향하며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주)SK의 SK실트론(전 LG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부당이익을 취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최 회장과 SK에게 각각 8억 원, 총 1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회사 사업 기회 이용 행위를 처음으로 제재한 사례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재벌 기업에 대해 주로 제재했던 '일감 몰아주기'와는 달리 계열사가 총수에게 직접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제재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위법성 인정에도 불구하고 검찰 고발조치 없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과징금만 부과해 '봐주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총장·감사원장·중소벤처기업부장관·조달청장이 요청할 경우 공정위가 검찰에 반드시 고발하도록 하는 '의무고발요청 제도'에 따라 고발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SK 측은 "충실하게 소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이라며 "의결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는 입장문을 내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SK는 반도체 소재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웨이퍼 생산 기업인 당시 LG실트론을 1조 원에 사들였다. SK는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3개월 후 또 다른 주주였던 채권단과 사모펀드는 남은 지분 49%를 시장에 내놓았다. 공정위는 당시 SK가 실트론의 지분을 100% 인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이 실트론의 지분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도록 기회를 양보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2017년 4월 14일 비서실에 내부 검토를 지시하며 실트론 잔여 지분 인수 의사를 표시하자 SK는 사업기회에 대한 합리적 검토 없이 지분을 더 사들이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실트론의 잔여 지분 49%가 30% 할인된 가격에 나왔으나 SK는 이 중 20% 정도의 지분만을 추가 인수했다. 당시 SK는 실트론의 지분 51%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한 후에도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고 유력한 2대 주주의 등장을 막기 위해 추가 지분 인수를 결정해 그해 4월 KTB PE가 가진 19.6%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4%를 단독 적격투자자로서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헐값에 사들일 수 있었다. 상·증세법에 따르면 최 회장이 사들인 주식 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말 기준 약 1,967억 원이 올랐다. 

공정위는 이때 SK가 포기한 실트론 29.4% 취득 기회가 SK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였다고 보았다. 또한 당시 최 회장의 지분 인수를 돕기 위해 SK 임직원을 동원해 실사 요청을 거절하는 등 경쟁자의 입찰 참여를 방해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는 회사의 사업 기회를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가 가져가는 이익충돌 상황에서 이사회 승인 등 상법상 의사 결정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 SK 측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2차례 보고했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이러한 절차가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아 이사회 승인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전원회의 위원들은 실트론을 이용한 최 회장의 사익편취가 절차 위반에 기인한 위반행위로 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최 회장이 SK에 실트론 지분에 대해 지시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증거가 없는 점, 법원과 공정위 선례가 없고 사실상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명확한 법 위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고발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징금의 경우 사업기회를 받은 객체의 관련 매출액 등의 산정이 어려워 '정애 과징금'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매출액이 없는 경우 20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한다. 다만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로 평가돼 20억 원의 40%인 8억 원만이 부과됐다. 이에 공정위는 추후 산정 방식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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