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기업 빠진 ‘반쪽 해법’ 비판 직면…시민단체 및 생존 피해자 전원 강력 반발
작성일 : 2023-03-06 18:36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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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가 6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2018년 대법원이 내린 배상 판결에 대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회견을 열고 국내적 의견 수렴 및 대일 협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 생존 피해자, 정부 판결금 지급 방안 강력 반대
박 장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역시 판결금 등을 지급한다. 이들에게 지급할 금액은 약 4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총 15명으로 크게 일본제철과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등 3곳에서 일한 피해자로 나눌 수 있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상 의무가 있는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두 피고기업은 일본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책임이 끝났다고 주장하며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와 별개로 대법원에 계류돼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제징용 소송 9건을 비롯해 국내 법원에서 다수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해법에 대해 생존 피해자 3명과 시민단체에서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일본 피고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국내 기업의 돈으로 배상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당초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제강제동원 피해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이날 정부의 배상안을 두고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며 반대했다.
양 할머니는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는 사죄라고 볼 수 없다”며 “그 돈을 받지 않아도 배고파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노인들이라고 해서 너무 얕보지 말라”며 “반드시 사죄를 먼저 한 다음에 다른 모든 일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소송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도 전날 소셜미디어에서 “한국 기업 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채권이 소멸되는 꼴”이라며 “강제동원 문제에는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의 완승”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총 등 6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방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 尹 대통령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
반면 이번 배상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자평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을 개별 접촉해 일본 피고기업 대신 한국 기업의 기부금으로 판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피해자 측 접촉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맡을 예정이다.
이번 피해 배상안에 따라 일본의 수출 규제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한일정상회담 등 정상 간 셔틀 외교도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앞서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본 피고기업이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자 일본은 이에 반발해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섰고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에서도 제외했다. 일본의 보복성 조치에 대해 한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지소미아 종료 통보한 바 있다.
◆日, 직접 사과 없이 국회 답변·약식 기자회견으로 대응
한편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이날 일본 피고기업 대신 강제징용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데 대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반응에 그쳤다.
한국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새로운 사과나 반성도 아닌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발표에서도 담화에 담긴 단어인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반응은 내용과 형식에서도 ‘성의 있는 호응’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한일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리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또 하야시 외무상은 징용 문제에서 일본 측 사죄와 피고 기업의 배상은 없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의에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한국과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겠다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만 답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며 한국과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여러 방면에서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기시다 총리는 ‘반성과 사과’를 총리가 직접 말해서는 안 된다는 사토 의원의 질문에 “양국 외교당국 간에 조율이 이뤄지고 있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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