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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유언 공개 "5·18 희생자에 너그러운 용서 구해"

"모두 나의 무한 책임…역사의 나쁜 면 다 짊어지고 가겠다"

작성일 : 2021-10-27 18:39 수정일 : 2022-03-08 15:08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향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 장례식장에서 27일 조문이 시작되고 있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변호사가 27일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을 공개했다.

노 변호사는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고인의 생전 유지에 대해 "국가에 대해 생각과 책임이 많았기 때문에 잘했던 일, 못했던 일 다 본인의 무한책임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며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시겠다. 앞(으로)의 세대는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평소에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유언이 "돌아가시기 전에 육성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평소 하셨던 말씀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전부터, 특히 재임하자마자 광주 5·18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를 위한 노력을 나름대로 했고, 관련 특별법도 제정했다"며 "하지만 이후 5·18 관련 처벌도 받고 여러 정치적 상황에서 본인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닷새 동안 국가장으로 치러지며 장례를 주관하는 장례위원장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맡았다. 다만 장지는 관련 법령에 따라 현충원 국립묘지에 안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고인의 유지에 따라 파주 통일동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립묘지법은 형법상 내란죄 등의 혐의로 퇴임 후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가장법에 따라 정부는 국고를 들여 빈소를 설치하고 운용하며  운구, 영결식, 안장식을 주관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재외공관의 장이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한다. 다만 조문객의 식사비나 노제·삼우제·49재비용, 국립묘지 외의 묘지 설치를 위한 토지 구입 및 조성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지 않는다.

광주시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지면서 조기 게양과 분향소를 설치해야 하나 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광주시는 오월 영령, 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은 5·18 광주 학살의 주역이었고 발포 명령 등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진정한 반성, 사죄, 진상규명 협조 없이 눈을 감았다"며 "의향 광주만이라도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고 지키는 길을 가서 전두환 등 5·18 책임자들의 반성과 사죄를 끌어내고 진실을 밝혀 시대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에서 국가장 결정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지만,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했으며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화를 보냈으나 직접 조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직접 조문하는 대신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보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다"면서도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노 전 대통령의 법적 사위인 최태원 SK 회장이 찾아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이제는 아무쪼록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소송 중으로, 아직 재산분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날 조문을 마친 최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날 빈소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황교안 전 총리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찾아 조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 달리 평가될 부분이 있다. 민주화 이후 직선 대통령이었다는 차원에서 현대사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며 "예우가 사실상 박탈된 대통령의 상 문제는 하나의 중요한 잣대가 마련돼야 국가적 혼란이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고인께서는 파란만장한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영욕을 함께했다. 특히 북방외교를 개척해 소명을 완수했다"며 "고인을 대신해 5·18 영령들께 무릎 꿇고 참회하신 유족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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